집을 짓는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물을 세우는 것을 넘어선다. 집의 주인은 "이런 컨셉의 집을 짓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필요를 바탕으로 집의 구조와 자재를 결정한다. 이때 건축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인의 암묵지를 명확한 형식지로 변환하여, 주인이 꿈꾸는 집의 이미지를 설계로 구체화한다. 또한 건축가는 방음과 단열 등 기술적 조언을 통해 실용적이고 안전한 공간을 구현한다. 이러한 설계가 완성되면 미장, 벽돌 쌓기, 전기 공사 등의 구체적인 공사 과정을 거쳐 집이 완성된다.
책, 특히 자서전은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자서전의 저자가 바로 주인공인지, 대필작가가 함께 참여했는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야기를 푸는 사람에 따라 그 방식도 달라진다. 때로는 주저리 주저리 다양한 소재를 나열하며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도 하고, 때로는 이 소재들을 정해진 구조와 주제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을 명확히 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글을 짓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생각이 구조화되고 형식지로 구체화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도,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도 결국은 "생각한 사람"이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집의 주인은 자신의 생각과 바람을 반영해 집을 지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건축가와 노동자 역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주장할 수 있다. 자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나 대필작가 모두 자기만의 관점과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작된 생각의 주체가 결국 주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집에는 주인의 명패가 걸리고, 자서전에는 저자의 이름이 기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의 본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문장, 문체, 글빨 등의 요소가 글을 구성하며, 때로는 대필작가나 AI에게 글쓰기 자체를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글이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이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소재 선택, 주제 선정, 목차 구조 설계 등은 결국 주인의 생각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